말씀묵상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 김석주 신부] ‘코로나 19’ 죄 없는 희생자들

0 10,264 2020.12.27 19:45

코로나 19’  죄 없는 희생자들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 코로나(COVID-19)가 생활과 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팬데믹(Pandemic)에 접어들 때만 해도 어디서나  ‘Post COVID-19(코로나 이후)를 희망하며 사목계획을 세웠지만,  그 사목계획을 실천하기도 전에 지금은 ‘With COVID-19(코로나 공존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큰 고민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입니다.  확진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불안, 혐오, 분노 등이 가득하고,  확진자 동선의 영업점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접촉자는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원망이 가득한 상처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교우들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불안에서 나오는 인간의 나약함인 것을 알지만 사랑과 자비를 이야기했던 신앙의 모습들은 어디로 살아져 버렸는지 마음이 찹찹합니다.  그들에게 신앙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표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지금 사태에서 아무런 항변 없이 말 못하는 희생자들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 경제적인 손실과 연결된 희생만을 기억하고 뉴스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자 중에는 우리들의 사랑하는 어린이, 청소년, 사회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지역에 동시대에 태어난 또래 사내아이라는 이유로 죽어 갔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2020년에 지구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저에게 성탄 인사를 보내온 지인 초등교사 선생님의 문자입니다.  학생들이 제일 힘들죠.  불쌍해 죽겠어요.  친구 한 명 못 사귀고 일 년을 보내서 우는 학생도 있고,  집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지내는 어린이도 있고. 많이 속상하네요.”

 

여러분은 인생에서 억울하고 분하여 누구를 원망할 때가 있었습니까?  

착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이유 없는 재앙과 시련을 겪어야 할 때 이런 원망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 공존했다는 이유으로 감수해야 할 상처는 하느님마저 원망하게 합니다.  얼굴에 코로나 감염자라는 표시가 된 것도 아닌데 가게를 몇 분간 방문하여 물건을 구매한 이유로,  친교를 위하여 식당에 함께 동석한 이유로,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하기 위하여 장례식장에 방문한 이유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학교와 학원에 갔다는 이유,  주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성당에 갔다는 이유 등으로,  어느 날 전화와 문자를 받고 순식간에 사회와 가족에게서 격리되어 버리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좁은 지역사회에서 온갖 신상이 다 털려 씻을 수 없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면 너무도 억울하고 살고 싶은 심정이 없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죄 없는 아기들의 죽음은 코로나 시대에 많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게 합니다. 헤로데는 예수님 탄생 무렵에 자기의 왕권에 위협을 느껴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습니다.”(마태 2,16) ‘베들레헴과 온 일대 사는(같은 지역에 살고)’,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같은 시대에 사는 또래)은 예수님과 같은 지역에 동시대를 사는 또래 사내아이라는 이유로 이슬처럼 사라집니다. 이 억울하게 죽은 아기들의 희생을 교회는 오래전부터 순교로 이해하고 기억해 오다가 중세 이후에는 더욱 성대한 축일로 지내 오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 때문에 죄 없는 가운데 희생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은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신'이 답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 마저도 모두가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2022년 봄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기간 더 많은 이들이 이유 없이 고통받고 희생될 것입니다.  신앙이 직접적 해결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기에 세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상과 함께 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세상 사람과는 다른 목소리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하느님, 죄 없이 살해된 아기 순교자들이 말도 배우기 전에 죽음으로 주님을 찬미하였으니, 저희도 오늘 입으로 고백하는 믿음을 통하여 어려운 이웃들을 기억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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